[인터뷰] 그린재즈무브먼트의 수장 웅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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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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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1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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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랖 아닐까 눈물 흘린 적도" 웅산이 환경 위해 낸 용기
대한민국 대표 재즈 디바로 잘 알려진 웅산. 하지만 그를 설명하기에 재즈 보컬리스트라는 수식어로는 부족하다. 웅산은 지구환경과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11명의 프로젝트 그룹인 그린재즈무브먼트의 수장이기도 하다. 태초의 이름은 지구수비대.
그는 왜 지구수비대를 결성했을까. 지난 1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에서 가수 웅산을 만나 환경에 대한 그의 생각과 근래의 활동들에 관해 이야기 나눴다.
간절한 마음이 만들어낸 움직임
지난달 7, 8일 양일간 서울 노들섬에서는 환경 보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예술 컬래버레이션인 '2022 서울그린아트페스티벌'이 열렸다. 웅산을 필두로 재즈보컬리스트 11인이 뭉쳐 환경을 주제로 한 음악을 사람들과 나눴다.
이는 웅산이 단지 참여한 페스티벌이 아니라, 그가 직접 발로 뛰며 준비한 행사다. 서울시에서 '아트페스티벌'이라는 지원사업을 한다는 소식을 접한 그가 서류제출 작업 등을 도와줄 사람을 찾아 같이 준비해서 지원, 통과된 것. 그는 "무에서 유를 만들어낸다는 게 정말 힘들더라. 체력적으로 달리기도 하고 힘들었다"면서도 "우리가 뮤지션으로서 지구를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목소리를 내고, 그걸 사람들이 귀기울여주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노래하다보니 리허설 때 서로 눈시울이 붉어지더라"고 말했다.
그가 환경에 진심이라는 걸 보여주는 건 비단 이 페스티벌뿐이 아니다. 웅산은 지난2022년 9월 정규 10집 < Who Stole the Skies(후 스톨 더 스카이즈) >를 발표하며 환경을 전면의 주제로 내세웠고, 같은해 11월에는 그린재즈무브먼트 11인이 함께 부른 '빛이 되어주오'를 발표하기도 했다. "너는 뮤지션이니 음악으로 이야기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주변의 말에 곡을 쓰기 시작한 그는 여럿이서 목소리를 내면 더 좋겠다는 마음에 재즈 보컬리스트 단톡방에 자신의 이런 고민과 진심을 밝히며 동참할 이를 찾았다.
지구환경을 생각하니까 잠을 못 잘 때가 많다, 뮤지션으로 태어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 적어도 내가 태어나기 전보다는 나은 세상으로 만들어놓고 가야하지 않겠나, 환경파괴를 막을 순 없어도 조금이라도 더디게 진행되게 해보자, 안전한 지구를 물려주고 가자. 웅산은 이런 글을 썼고, 이에 동의한 11명이 모이게 된 것.
웅산을 울게 한 김연경의 한 마디
"처음에는 'Who Stole the Skies(누가 하늘을 훔쳤나)'라는 노래를 낸 게 시작이었는데, 하나보니까 환경에 대한 곡을 또 쓰게 되더라. 마음에서 자꾸 시키더라. 금강경에 있는 구절처럼 마음을 따라 행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어떤 날은 자기 전에 '이건 오지랖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눈물을 흘린 적도 있다. '내가 이런다고 뭐가 달라질 수 있겠어'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렇듯 그도 흔들렸지만, 회의감을 극복하고 사람들을 모아 행동으로 하나하나 만들어갈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웅산은 지난 2020년, 도쿄 올림픽 여자배구 8강 진출을 앞두고 김연경 선수가 팀원들에게 "해보자, 해보자, 후회하지 말고!"를 말하는 장면을 하나의 계기로 꼽았다. 그는 "그 짧은 영상을 보자마자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라"면서 "나 혼자 고민하지 말고 같이 해보자는 용기를 얻었고, 몇 년 동안 혼자서 끙끙 앓던 걸 사람들을 설득해 함께 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진심은 통했다. 재능기부로 뮤직비디오를 찍어준 장성학 감독을 비롯해 뮤지션뿐 아니라 많은 분야의 사람들이 웅산의 뜻에 힘을 보탰다. 그는 "수익도 없는 일에 마음으로 동참해준 이들이 너무 감사하다"며 "가수 김장훈, 알리 등 많은 이들이 앞으로 함께할 계획이다. 수익금이 나면 다시 곡을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알리는 식으로 인식의 확장을 위해 애쓸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음악을 통해, 구체적으로는 가사를 통해,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웅산은 "우리가 이런 활동을 하는 걸 보여줌으로써 '저들이 왜 저러나' 궁금하게 만들고 알게 만들고, '정말 위험하구나, 남의 일이 아니야'라는 인식의 전환을 일으키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오는 30일에도 환경 메시지를 담은 세 곡의 노래가 발표될 예정이다.
"절약이 환경보호의 첫 걸음"
그렇다면 음악을 통한 활동 외에 그가 실생활에서 환경을 위해 하는 실천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그는 '버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물건을 버릴 때마다 '이게 버려져서 어디로 가게 될까, 누가 책임지게 될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이런 걱정에 옷 사는 걸 확 줄였고, 집에서 나올 땐 냉장고 하나를 제외한 모든 플러그를 다 빼는 등 절약을 통한 미니멀 라이프로 삶을 점점 바꾸게 됐다.
"법정스님의 책 <무소유>를 보면, 무소유란 가지지 않는 게 아니라 필요하지 않은 걸 가지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내게 필요하지 않은 건 누군가에게 나눈다."
노래로써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을 확장해나가는 웅산에게 '나에게 노래의 존재이유는 무엇인지' 물었다. 마지막 질문에 웅산은 "음악이라는 것이 나한테는 인간으로 태어나서 하는 내 수행이다. '이게 내 수행이다'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뮤지션으로서 단지 게을러지지 않으려고, 멈춰있지 않으려고 한다"라고 답했다.